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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과학부 진학 전, 그리고 1학년의 경험

컴퓨터과학부에 진학한 것은 개발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방과후학교 수업을 통해 플래시를 배웠고, 이후 계속 혼자 조금씩 공부해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친구들과 즐기곤 했다. 중고등학생 때는 음악 플레이어 등 혼자 쓸만한 도구들을 만들기도 했다. 이후 고2 때는 학교 축제 앱을 개발해 배포했고, 축제 프로그램 최우수상이었는지 아무튼 가장 큰 상을 탔다. 나 혼자 만들고 배포해보고 싶어서 했던 것이라 애초에 수상 자격이 된다는 것도 몰랐다. 그저 새벽까지(아침까지) 재밌게 개발했던 것은 확실했다. 나는 내가 만든 서비스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며 피드백을 받는 것이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생각했다.

 

앱 개발 중 캡쳐 / 축제 팜플렛에 담긴 앱 설치 QR / 플레이스토어 캡쳐 / 상을 받는 나(빨간 패딩)

 

일찍이 개발을 경험했다고 해서 내가 개발을 '잘'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먼저' 해본 사람일 뿐이었다. 대학에 진학해 개발을 처음 배우며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기 시작하는 동기들과 달리, 나는 과거의 경험에 취해 당장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 물론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같이 C언어로 알고리즘 공부하자고 하던 친구의 말에 나는 관심이 없었다. 친구와 플래시 게임 앱을 만들어 플레이스토어 신규 인기 게임 앱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2015년까지도 플래시를 놓지 못했고, 거기에 갇혔다. 내가 아는 언어는 ActionScript가 전부였다. 그리고 플래시와 ActionScript는 완전히 죽어가고 있었다.

 

학교 사진

 

1학년 2학기에 C언어 수업을 들었다. 포인터는 분명 쉽지 않았다. 그리고 플래시와 다르게 화려한 그래픽의 무언가도 없었다. 그럼에도, 자신 있던 플래시를 뒤로 하고 새로운 언어와 기술을 배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줄었다. 1학기 때 컴퓨터개론 수업을 잘 들어뒀기에 C언어 수업은 무난히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if, for 등의 문법이나 배열에 대한 이해 등 동기들에게도 이것저것 알려주며 다른 언어와 기술을 배운다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그 당시 배운 C언어의 기초적인 문법 정도만 가지고 시각적인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무엇이든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그것은 행운이자 기회였다.

 

겨울이 왔고, 나는 온전히 새로운 기술을 경험해 보기로 다짐했다.